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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중국 친강 외교부장, 사라진 한 달

친강(秦剛) 외교부장을 현장에서 처음 본 건 지난 3월 8일이었다. 매년 3월 열리는 중국 양회 기간, 외교 수장은 1년에 1번 외신기자들과 공개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날은 친 부장이 외교부장 취임 이후 외신과 만나는 첫 자리였다.   주미대사 시절 공격적인 언변으로 전랑외교의 대표주자로 불렸던 그의 회견은 다소 예상과 달랐다. 테이블에 약간 몸을 숙인 채 말하는 자세, 말하는 동안 광대뼈·미간·눈썹이 움직이지 않는 표정, 강경한 표현보다 원칙과 기준을 앞세우는 화법. 1시간 40여 분간 보여준 모습은 그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돌덩이 같다는 느낌을 줬다. 왕이 전 외교부장의 확신에 찬 표정, 감정이 드러나는 손짓과 몸짓을 봐왔던 나로선 꽤 의외였다.   친강 외교부장이 정확히 한 달째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25일 부이 탄 베트남 외교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이 마지막 소식으로 올라와 있다. 직전 유엔 대사를 지낸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브릭스(BRICs) 외교부 장관 온라인 회의에 참석하는 등 그의 공석을 대신하고 있다.   매일 열리는 외교부 기자회견에 친 부장의 거취를 묻는 질문이 등장하지만 대변인들은 “상황을 알지 못한다” “제공할 정보가 없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나 학계에 문의해봐도 “알 수 없다”고 한다.   가장 최근 소식은 지난 21일 셰펑(謝鋒) 주미 중국대사가 아스펜(Aspen) 안보포럼에 나와 친 부장의 잠적에 관한 질문에 “기다려보자”(Well, let’s wait and see)라고 말한 것이다. 진행자가 재차 물었지만 셰펑 대사는 전혀 다른 대답으로 말을 돌렸다.   중국 내부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은 친 부장의 불륜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구체적으로 홍콩 봉황망 TV 앵커가 불륜 상대로 지목되는가 하면 과거 중국 당 간부들이 불륜으로 자식을 낳았을 경우 ‘중혼죄’로 처벌받았다는 기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당초 건강 문제라고 했던 외교부가 “알지 못한다”고 답변 수위를 낮춘 점, 외교 수장에 대한 루머가 난무하고 있음에도 당국의 공식 대응이 없다는 점 등이 그의 신변 이상설에 힘을 싣는다.   중국 중앙기율위 조사 대상으로 등장할지, 건강이 회복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번 사태가 중국 당 조직이 얼마나 비밀스럽게 일을 처리하는지 또 한 번 세계에 각인시킨 것은 분명하다. 시진핑 주석이 3연임한 20차 당 대회 이후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박성훈 / 베이징특파원J네트워크 중국 외교부장 외교부장 취임 외교부 부부장 외교부 기자회견

2023-07-24

[J네트워크] 미·중 대립, ‘제로섬 게임’의 서막

지난 13일 양회 폐막 당일 중국 신화통신은 신임 지도부 인사 결정 과정을 담은 7000자 이상의 장문 기사를 실었다. 2022년 4월부터 6월까지 시진핑 주석과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300명 이상의 의견과 건의를 들었으며 시진핑 사상의 전면 관철과 정치 경력, 청렴도를 주요 항목으로 선발했다는 내용이었다.     주요 간부는 5년 이상 장관급 직책을 맡아야 한다는 구체적인 규정도 포함돼 있었는데 예외가 친강 외교부장이었다. 그는 외교부장 취임 3개월 만에, 전임 왕이 부장과 비교해 5년 빨리 국무위원으로 선발됐다. 전임 주미대사였던 그에 대한 시 주석의 신임이 그만큼 절대적이라는 신호로 해석됐다.   양회 기간 가장 주목됐던 건 친강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이었다. 현장에서 지켜보는 건 발언 내용 이상의 느낌이 있다. 표정과 어조, 제스처는 때로 말보다 많은 것을 암시한다. 그는 질문을 듣거나 말을 할 때 표정 변화는 없었다. 전임 왕이 부장이 다소 활기차게, 강조해야 할 대목에 강하게 제스처를 썼던 것과 비교해 시종일관 차분함을 유지했다. 그러나 표현은 날이 서 있었고 특히 미국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인식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친강 부장은 “미국이 말하는 ‘경쟁’은 전면적인 봉쇄와 진압이며 사활을 건 ‘제로섬 게임’”이라고 했다. “중국과 경쟁하지만 갈등 관계는 아니다”라는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정면 반박이었다. 그가 신중하게 선택했을 ‘제로섬 게임’이란 표현은 승자독식 구도로 고착화한 미국에 대한 중국의 판단을 드러냈다.   그는 현 상황을 올림픽 경기에 빗대기도 했다. “미국은 올림픽 육상 경기에 나온 상대를 넘어뜨리고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참가시키려 한다. 이는 공정이 아니라 악의적인 반칙”이라고 일갈했다. 그리고 다다른 결론.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로 폭주하면 충돌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갈등과 대결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이 계속 압박한다면 중국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란 백악관을 향한 경고였다.   회견 전날 시 주석의 발언 역시 중국이 더 이상 양국 관계 호전에 대한 환상을 품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 주석은 정협 회의에서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국가들의 전면적인 봉쇄와 탄압이 중국의 발전에 유례없이 엄중한 도전을 가져왔다”고 했다. 시 주석이 직접적으로 미국을 언급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시진핑 3기 미·중관계가 더 혼란에 빠져들 조짐이다. 당장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이달 말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할지가 관건이다. 박성훈 / 베이징 특파원J네트워크 제로섬 대립 제로섬 게임 외교부장 취임 올림픽 경기

202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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